영원히 함께
(둘)




쿠로코의 농구 아오미네 다이키x키세 료타




눈을 뜬 료타는 침대와 이불의 감촉, 그리고 바로 앞에 보이는 천장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아예 낯설지도 않은, 그런 느낌. 일어나 앉아 가볍게 고개를 흔들던 료타는 곧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알아차렸다. 아, 여기 내 방이었구나. 7년 만이지만 그 무엇도 바뀐 것이 없었다. 그리움에 지난 날을 회상하며 방 안을 가만히 둘러보던 료타는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가 있는 걸 발견하고 침대를 나와 책상 앞에 섰다. 깨면 전화해. 짧게 용건만 적은 것이 무척이나 그 답다는 생각에 료타는 노트 옆에 있던 휴대전화와 의자에 걸려 있던 겉옷을 집어 들고 방을 나섰다.

" 다이 군한테 갈 거지? 데려다 줄게. "

문 밖에 있던 료코는 료타가 나오자 그 손을 잡고 곧장 현관으로 향했다. 거실 쇼파에 앉아 있던 부모님과 동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걸로 잘 다녀 오라는 말을 대신하였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서 있던 차의 조수석으로 향하는 료코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료타는 슬쩍 운전석을 보고는 아, 했다. 운전석에는 이미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 다이키가 그랬던 것처럼 단번에 그가 예비 신랑이라는 걸 알아챈 료타는 차에 타서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차 뒷문을 열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
" 처음 뵙겠습니다가 아니야, 료타. "

백미러로 뒷좌석의 동생을 슬쩍 본 료코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 그렇게 말했고, 운전석의 그는 피식 웃으며 역시 둘 다 기억 못 하는 거냐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긴 한데…. 동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인지 료코는 힌트, 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중학교 때, 내가 농구부 매니저 한다니까 바로 농구부 입부한 내 스토커. "
" 료, 료코. 아무리 그래도 스토커는 좀…. "
" 우리하고 같은 중학교? 료코 따라서 농구부 입부? 아, 혹시 카이도 아키토? "
" 내 이미지는 도대체…. "

그는 차의 시동을 걸며 한숨을 푸욱 쉬었다. 정말 그 카이도 아키토? 료타는 눈을 크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때의 카이도 아키토는, 하이자키 쇼고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불량했었다. 그런 아키토를 그렇게 바꾼 것이 누나일 거라 생각을 하니 그 광경이 훤히 보이는 것인지 료타는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거리며 웃다가 곧 큰 소리를 내어 웃기 시작했다. 료코와 아키토는 백미러로 료타를 슬쩍 보더니 마주 보며 웃었다.




차가 아오미네가(家) 근처 공원 주차장에 멈추었음에도 내릴 생각도 않고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창 밖만 보던 료타는 곧 아, 하고 입을 열었다. 다이킷치 부모님. 그 소리에 백미러로 료타를 보고 있던 료코와 아키토도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다이키의 양친, 즉 아오미네 부부는 주차장 반대쪽에서 누굴 찾는 듯 이리저리 보더니 곧 셋이 타고 있는 차를 발견하고는 이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찾는 건 바로 료타였다.

" 어? "
" 료타, 미안. 다이 군하고 너 온다는 것 알려드렸더니 반드시 널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아까 연락했어. "
" 뭐?! "

료코의 말에 료타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언제까지 안 뵐 수는 없잖아.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던 료타는 이윽고 결심이 선 듯 후우, 하고 심호흡을 한 뒤 차에서 내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거의 9년 만이었다, 료타가 다이키의 양친과 마주한 건. 다이키와 사귀기 시작한 후로 몇 번 다이키의 양친과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료타는 핑계를 대며 피했었다. 욕을 먹을까 두려워서, 또 같은 남자이면서 당신들의 아들과 사귀는 게 죄송스러워서. 다이키는 료타의 그런 심정을 이해한 것인지 부모님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괜찮을 거라 하였다. 하지만 모르는 일이었다. 당신들의 아들에게는 괜찮다고 하였지만 직접 자신과 마주하면 욕을 할 수도 있는 것이 부모였다. 그렇게 피하다 보니 료타는 다이키의 양친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다. 욕을 먹을까 두려운 것이 아니라 만약 당신들을 만난다면 무슨 얼굴을 해야할까, 어떤 말을 해야할까. 그런 생각에 두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그 사건 후 입원한 자신을 병문안 왔을 때도 료타는 자는 척을 하며 피했었다.

" 오, 오랜만이…. "

료타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눈물짓던 사오리가 갑자기 자신의 팔을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료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스케를 바라보자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료타의 어깨를 살며시 손을 얹었다. 이제야 보는구나, 우리 아들. 동그랗게 뜨여진 료타의 두 눈에는 금방 눈물이 맺혔다. 그가 당신들을 만나도 괜찮을 거라 했던 건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료타는 사오리의 품에서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 아버지…. 어머니…. 소스케는 가만히 료타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침대에 앉아 영화를 보던 다이키는 우우웅, 하는 진동 소리에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온 것은 제목없는 메일이었다, 사진이 첨부된. 료코? 아무렇지 않게 그 발신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사진을 보던 다이키는 곧 눈을 크게 뜨며 벌떡 일어났다. 그 사진에 찍힌 건 울고 있는 료타를 달래는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 엄마하고 아버지가 왜 료타하고? "

다이키는 급히 나갈 준비를 하며 사진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사진 속 배경은 분명 집 근처 공원이었다. 다이키는 휴대전화 키패드를 몇 번 두드려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내고는 방을 나섰다.




" 어머, 무서워라. "

새로 도착한 메일을 본 료코가 장난스레 그리 말하자 메일 내용이 궁금해진 아키토는 고개를 조금 내일어 료코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았다. 너지. 제목이 없는 그 메일의 내용은 그게 다였다. 아오미네다운 메일이네. 그렇지? 료코는 슬쩍 웃으며 휴대전화를 다시 집어넣었다. 답장 안 해도 돼? 그 말에 료코는 손을 내저으며 곧 올 거니 괜찮다고 하였다.

" 료타! "
" 거 봐. 왔잖아. "




" 료타!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료타는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이키는 집을 나선 후 계속 달렸던 것인지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연인을 바라보던 료타는 곧 웃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팔까지 휘휘 저으며. 그 목소리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긴 했지만 밝았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 다이키는 몸을 똑바로 하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료타는 그에게 왜 그렇게 뛰어 오냐 물었고, 그 말에 다이키는 마지막 숨을 고르고는 료코가 보낸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게 뭔가 하고 보던 료타는 곧 벌떡 일어나 차에서 내려 이 쪽으로 다가오는 료코와 아키토를 보았다.

" 내 덕분에 다이 군이 뛰어 왔으니 고마워해. "

그 말에 다이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잠시 멍하니 있던 료타는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넷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사오리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이만 가마.




너무 늦지는 마. 료코가 그 말을 하고 창문을 내리자 차가 움직였다. 손을 흔들며 차가 가는 걸 보던 료타는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몸을 돌렸다. 신경 써줬으니 우리 데이트 할래요? 다이키는 대답대신 걷기 시작했고, 료타는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둘이 향한 곳은 몇 시간 전에 왔던 공원이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료타는 슬쩍 웃으며 앞에 가는 다이키의 손을 잡았고, 다이키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손을 따스히 감싸 쥐었다. 료타는 다시 웃었다.

" 이러고 있으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

우리 가족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다이키는 그 말에 료타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료타는 다이키의 앞으로 가 그를 보며 씨익 웃었다.

" 왜, 내가 잠에서 깨면 항상 다이킷치가 옆에 있었잖아요. 그래서…. "

아. 다이키는 인상을 구기고는 머리를 흩뜨렸다. 그 사건이 있은 후 료타가 제일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이 곁에 있을 때였다. 그걸 왜 잊은 걸까. 조금 크게 뜬 눈으로 다이키를 본 료타는 하하하, 하고 웃으며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머리에 올렸던 손을 내린 다이키도 걷기 시작했다. 료타. 어느 정도 걸었을까. 다이키는 가만히 료타의 이름을 불렀고, 나란히 걷던 료타는 고개만 돌려 그를 보았다. 다이키는 료타의 곁으로 좀 더 다가가 고개를 조금 숙였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당황하여 눈을 크게 뜬 료타는 곧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고 슬쩍 웃으며 눈을 감았다.









두 달 만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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