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白紙)




쿠로코의 농구 아오미네 다이키x키세 료타




" 아오미넷치, 잠깐만요! "

구릿빛 피부의 소년이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려고 하자 금발의 소년이 그 뒤를 따라 나섰다. 금발의 소년은 소년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 너 또 따라올 셈이냐? "
" 당연하죠! 주인하고 카미는 항상 곁에 있어야 하잖아요! 게다가 아오미넷치는 '키세키(奇跡)'의 피를 이은 사람들 중 얼마 안 되는 언령사라고요! 내가 없을 때에 무슨 일이 있으면 큰일이잖아요! "
" '키세키'…. 알았어, 니 마음대로 해. "

뭔가 포기한 듯한 소년, 아오미네의 말에 금발의 소년 키세는 만세를 부르며 아오미네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 어, 키 쨩! "
" 모못치! "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분홍빛 소녀 모모이는 아오미네 옆에 있는 키세를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키세도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 니네, 사이 좋다? "
" 그야 난 다이 쨩 소꿉친구고, 키 쨩은 다이 쨩 경호원이나 마찬가지니까 친해질 수 밖에. "
" 어이, 무슨 소리야, 그거? "
" 그 말 그대로입니다. "

모모이와 키세는 마치 짠 것처럼 동시에 아오미네에게 혀를 낼름 내밀어 보이고는 몸을 다시 돌렸다.

" 그나저나 언제 봐도 대단하네. 어제까지만 해도 며칠동안 안 사라질 것 같던 멍이 하루 만에 없어지다니. 다이 쨩, 꽤 심하게 맞았었잖아? "
" 예? "

모모이의 그 말에 키세는 처음 듣는 얘기라는 듯 그 자리에 멈춰서 아오미네를 바라보았다.

" 다이 쨩, 키 쨩한테 얘기 안 했어? "
" 뭐 대단한 거라고 얘기해? "
" 무슨 얘기입니까? "

키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는 걸 알아챈 모모이는 먼저 가겠다면서 급히 그 자리를 떴다.

" 아오미넷치, 어제 나한테는 뭐라고 했죠? "
" 그냥 부딪혔다고 했지. "
" 모못치는 방금 뭐라고 했죠? "
" 맞았다고. "
" 설마 '키세키'에 원한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겠죠? "
" 그 설마. "

키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아오미네의 멱살을 잡았다.

" 그럴 때를 대비해서 내가 있는 건데 왜 당신은…! 만약 당신한테 크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난…! "

키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아오미네를 보았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카미는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카미가 눈물을 흘리는 건 단 한 번 뿐, 바로 종이인형으로 돌아갈 때 뿐이다. 아오미네는 그저 아무 말 없이 키세를 바라보다 그를 품에 안았다.

" 키세…. "

아오미네가 무슨 말을 꺼내려고 키세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키세는 근처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얼른 아오미네의 품에서 떨어졌다. 순간 어느 방향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칼 하나가 날아와 키세의 배에 꽂혔다.

" 키세!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칼을 날린 녀석은 죽어버려!】"

아오미네는 무너지는 키세의 몸을 재빨리 받들고는 그 칼을 날린 사람에게로 언령을 내뱉었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아오미네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 아오…넷…. "

키세가 힘겹게 자신을 부르자 아오미네는 그제야 키세의 몸을 보았다. 칼에 찔린 곳은 정확히 '핵'이 있는 부분이었다. 아오미네는 급히 주머니를 뒤져 휴대전화를 꺼냈다. 카미들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인형사 아카시를 부를 생각이었다. 안 될 거라는 걸 안 키세는 아오미네의 손읋 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순간 키세의 하이얀 볼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키세는 그 간지러운 감촉에, 아오미네는 처음 보는 키세의 눈물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선가 종이꽃잎들이 날려왔다.









문득 '청황으로 ZE 패러디나 쓸까?'라는 생각에서 쓰기 시작했으나 허리가 너무 아파서 급마무리 。・゚・(ノ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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