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함(凉)과 차가움(冷)
(凉と冷)




쿠로코의 농구 아오미네 다이키x키세 료타




" 아오미넷치! "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체육관을 나서던 아오미네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특이한 애칭으로 자신을 부를 사람은 한 명 밖에 없기에. 하지만 아오미네는 곧 눈을 가늘게 떴다.

" 어, 키 쨩!"

모모이도 자신의 이름을 부른 그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그도 모모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 아오미네, 오늘도 애인이 마중 나왔냐? "
" 시끄러. "

비아냥거리는 와카마츠의 말도 무시한 아오미네는 모모이에게 가방을 넘긴 뒤 자신의 이름을 부른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아오미네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자 그는 싱긋 웃더니 아오미네의 손을 잡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 어라? 키 쨩, 왠지 다른 때하고 분위기가 조금 다른데? "

모모이는 왠지 모를 위화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별 것 아니라는 듯 교실 쪽으로 향했다.




" 아오미넷치, 우리 오늘은 어디 갈래요? 영화관? 어? 아오미넷치? "

아오미네는 앞에서 종알종알 떠드는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다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보이는 좁은 골목으로 그를 끌고 갔다. 갑작스러운 그 상황에 그는 눈만 껌벅거렸다.

" 너, 누구야? "
" 누구긴요, 아오미넷치도 잘 아는 키세 료타잖습니까. "
" 확실히 그 얼굴은 내가 알고 있는 '키세 료타'의 얼굴이지만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넌 내가 알고 있는 '키세 료타'가 아니야. "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는 곧 입꼬리를 올리고는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던 아오미네의 손을 쳐냈다.

" 용케도 알아보셨네. 부모님도 아직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보시는데. "
" 부모님? "
" 내 이름은 Rei K Wilson. 일본 이름은 키세 레이이치(黄瀬冷一). 바로 네가 알고 있는 '키세 료타'의 일란성 쌍둥이 형이야. "

그 때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렸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그는 화면을 뜨는 '료'(凉)라는 이름에 다시 한 번 슬쩍 웃고는 화면을 슬라이드했다.

" 료? 여기? **역 *번 출구 근처. 왜긴, 네가 그렇게도 자랑하는 '아오미넷치'를 실제로 한 번 보고 싶어서 왔지. 아니, 만났는데? 지금 바로 눈 앞에 있어. 그나저나 대단하더라. 내가 '키세 료타'가 아닌 걸 한 번에 알아맞히더라. 거 참 시끄럽네. 알았어, 알았다니까. 그럼 끊는다? "

통화를 마친 그는 휴대전화를 다시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아오미네에게 곧 메일이 올 거라고 하였다. 아오미네가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려던 찰나 아오미네의 바지 주머니에서 드르르, 하고 뭔가가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메일이 온 것이다. 보낸 사람은 키세였다.

『아오미넷치, 미안. 그 사람, 우리 형이에요. 나 조금만 더 있으면 일 끝나니까 그 때까지만 레이 상대 좀 해 줘요. 오랜만에 일본 오는 거라서 지리도 모를 테니까.』

메일을 끝까지 다 읽은 아오미네는 한숨을 쉬었다.

" 잘 부탁한다, 제부. "









타임라인에서 어떤 분이 흑화키세 얘기하시는 걸 보고 급 생각나서 쓴 건데,
흑화키세는 어디로? (˚Д˚ )
제목은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료타(凉太)의 료+레이이치(冷一)의 레이(冷)

아, 그리고 '영원히 함께'에 대한 공지 (이미 올라간 1~2편은 예전 그대로)

1. 키세 쌍둥이 누나 이름이 료코(凉子)에서 스즈카(凉花)로 바뀌었습니다.
2. 본문 속 주어가 이름에서 성으로 바뀌었습니다.
(ex : 료타는 곧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고 슬쩍 웃으며 눈을 감았다. -> 키세는 곧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고 슬쩍 웃으며 눈을 감았다)

영원히 함께 3편은 언제 다 쓰나?(…)






두 개의 빛(二つの光)




쿠로코의 농구 카가미 타이가x쿠로코 테츠야 & 아오미네 다이키x키세 료타




" 쿠로콧치, 카가밋치! "
" 실례하겠습니다. "
" 어이, 키세! 갑자기 일어나지 마! "

키세가 쇼파에서 급히 일어나는 걸 본 아오미네는 서둘러 그를 다시 쇼파에 앉혔다. 키세가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하였지만 아오미네는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 나도 좀 있으면 저렇게 되는 건가…. "
" 응? "
" 그게 무슨 소리야? "

카가미의 말에 키세와 아오미네는 자신들이 잘못 들었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 쿠로코가 뺨을 긁적이고는 입을 열었다.

" 그게… 병원에 갔었는데 3개월이라고…. "
" 3개월?! "
" 그 말은 즉…. "
" 이 녀석의 배에 우리 아기가 있다는 거지. "

키세는 쿠로코의 손을 덥썩 잡고는 기쁘다는 듯 아래위로 흔들었고, 아오미네는 그런 둘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카가미와 쿠로코는 그렇게 기뻐하는 것 같지 않았다.

" 둘 다 왜 그래? "
" 죄송합니다, 키세 군. "
" 에? "
" 우리, 원래는 좀 더 있다가 아이 가질 생각이었어. 이 녀석이 널 신경 써서. 근데 어쩌다보니 작년부터 약을 먹게 되서…. "
" 죄송합니다. "

쿠로코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둘을 가만히 보고 있던 키세는 생긋 웃으며 쿠로코를 끌어안았다.

" 키, 키세 군? "
" 쿠로콧치, 걱정 키쳐서 미안. 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
" 정…말입니까? "
" 응. "
" 다행이다. "

결국 쿠로코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건 기뻐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그리고 키세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졌다.

" 우리, 진짜 뭐하는 걸까요? "
" 그러게 말이에요. 하하. "

먼저 눈물을 닦은 건 쿠로코였다. 키세도 이어 눈물을 닦으며 다시 환하게 웃었다.

" 아, 이름 정했나요? "
" 예. 오는 길에 카가미 군이랑 얘기해서 아들이면 히카루로, 딸이면 히카리로 하기로 했습니다. 쓰는 건 히라가나로. 이 아이는 우리의 빛이니까요. "
" 히카루? 우리도 아들이면 히카루로 하기로 했는데. 아오미넷치 이름의 키(輝)를 쓰고 애칭은 코우. 딸이면 내 이름에서 따서 스즈로 하기로 했어요. "
" 만약 둘 다 아들이면 이름 겹치잖아. 바꿔. "
" 바꾸려면 너희가 바꿔야지. 우리는 키세 병원 갔다온 날 바로 정했단 말이다. "

집 안은 시끌벅적했다.









갑자기 「새 생명」에 나온 설정으로 카가쿠로를 쓰고 싶어서 'ㅅ'

청황 「새 생명」 : http://blog.naver.com/anhyunhwi/50158607220
이(2)
세들 설정 : http://blog.naver.com/anhyunhwi/50156171102






영원히 함께
(둘)




쿠로코의 농구 아오미네 다이키x키세 료타




눈을 뜬 료타는 침대와 이불의 감촉, 그리고 바로 앞에 보이는 천장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아예 낯설지도 않은, 그런 느낌. 일어나 앉아 가볍게 고개를 흔들던 료타는 곧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알아차렸다. 아, 여기 내 방이었구나. 7년 만이지만 그 무엇도 바뀐 것이 없었다. 그리움에 지난 날을 회상하며 방 안을 가만히 둘러보던 료타는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가 있는 걸 발견하고 침대를 나와 책상 앞에 섰다. 깨면 전화해. 짧게 용건만 적은 것이 무척이나 그 답다는 생각에 료타는 노트 옆에 있던 휴대전화와 의자에 걸려 있던 겉옷을 집어 들고 방을 나섰다.

" 다이 군한테 갈 거지? 데려다 줄게. "

문 밖에 있던 료코는 료타가 나오자 그 손을 잡고 곧장 현관으로 향했다. 거실 쇼파에 앉아 있던 부모님과 동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걸로 잘 다녀 오라는 말을 대신하였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서 있던 차의 조수석으로 향하는 료코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료타는 슬쩍 운전석을 보고는 아, 했다. 운전석에는 이미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 다이키가 그랬던 것처럼 단번에 그가 예비 신랑이라는 걸 알아챈 료타는 차에 타서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차 뒷문을 열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
" 처음 뵙겠습니다가 아니야, 료타. "

백미러로 뒷좌석의 동생을 슬쩍 본 료코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 그렇게 말했고, 운전석의 그는 피식 웃으며 역시 둘 다 기억 못 하는 거냐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긴 한데…. 동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인지 료코는 힌트, 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중학교 때, 내가 농구부 매니저 한다니까 바로 농구부 입부한 내 스토커. "
" 료, 료코. 아무리 그래도 스토커는 좀…. "
" 우리하고 같은 중학교? 료코 따라서 농구부 입부? 아, 혹시 카이도 아키토? "
" 내 이미지는 도대체…. "

그는 차의 시동을 걸며 한숨을 푸욱 쉬었다. 정말 그 카이도 아키토? 료타는 눈을 크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때의 카이도 아키토는, 하이자키 쇼고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불량했었다. 그런 아키토를 그렇게 바꾼 것이 누나일 거라 생각을 하니 그 광경이 훤히 보이는 것인지 료타는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거리며 웃다가 곧 큰 소리를 내어 웃기 시작했다. 료코와 아키토는 백미러로 료타를 슬쩍 보더니 마주 보며 웃었다.




차가 아오미네가(家) 근처 공원 주차장에 멈추었음에도 내릴 생각도 않고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창 밖만 보던 료타는 곧 아, 하고 입을 열었다. 다이킷치 부모님. 그 소리에 백미러로 료타를 보고 있던 료코와 아키토도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다이키의 양친, 즉 아오미네 부부는 주차장 반대쪽에서 누굴 찾는 듯 이리저리 보더니 곧 셋이 타고 있는 차를 발견하고는 이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찾는 건 바로 료타였다.

" 어? "
" 료타, 미안. 다이 군하고 너 온다는 것 알려드렸더니 반드시 널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아까 연락했어. "
" 뭐?! "

료코의 말에 료타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언제까지 안 뵐 수는 없잖아.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던 료타는 이윽고 결심이 선 듯 후우, 하고 심호흡을 한 뒤 차에서 내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거의 9년 만이었다, 료타가 다이키의 양친과 마주한 건. 다이키와 사귀기 시작한 후로 몇 번 다이키의 양친과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료타는 핑계를 대며 피했었다. 욕을 먹을까 두려워서, 또 같은 남자이면서 당신들의 아들과 사귀는 게 죄송스러워서. 다이키는 료타의 그런 심정을 이해한 것인지 부모님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괜찮을 거라 하였다. 하지만 모르는 일이었다. 당신들의 아들에게는 괜찮다고 하였지만 직접 자신과 마주하면 욕을 할 수도 있는 것이 부모였다. 그렇게 피하다 보니 료타는 다이키의 양친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다. 욕을 먹을까 두려운 것이 아니라 만약 당신들을 만난다면 무슨 얼굴을 해야할까, 어떤 말을 해야할까. 그런 생각에 두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그 사건 후 입원한 자신을 병문안 왔을 때도 료타는 자는 척을 하며 피했었다.

" 오, 오랜만이…. "

료타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눈물짓던 사오리가 갑자기 자신의 팔을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료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스케를 바라보자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료타의 어깨를 살며시 손을 얹었다. 이제야 보는구나, 우리 아들. 동그랗게 뜨여진 료타의 두 눈에는 금방 눈물이 맺혔다. 그가 당신들을 만나도 괜찮을 거라 했던 건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료타는 사오리의 품에서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 아버지…. 어머니…. 소스케는 가만히 료타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침대에 앉아 영화를 보던 다이키는 우우웅, 하는 진동 소리에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온 것은 제목없는 메일이었다, 사진이 첨부된. 료코? 아무렇지 않게 그 발신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사진을 보던 다이키는 곧 눈을 크게 뜨며 벌떡 일어났다. 그 사진에 찍힌 건 울고 있는 료타를 달래는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 엄마하고 아버지가 왜 료타하고? "

다이키는 급히 나갈 준비를 하며 사진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사진 속 배경은 분명 집 근처 공원이었다. 다이키는 휴대전화 키패드를 몇 번 두드려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내고는 방을 나섰다.




" 어머, 무서워라. "

새로 도착한 메일을 본 료코가 장난스레 그리 말하자 메일 내용이 궁금해진 아키토는 고개를 조금 내일어 료코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았다. 너지. 제목이 없는 그 메일의 내용은 그게 다였다. 아오미네다운 메일이네. 그렇지? 료코는 슬쩍 웃으며 휴대전화를 다시 집어넣었다. 답장 안 해도 돼? 그 말에 료코는 손을 내저으며 곧 올 거니 괜찮다고 하였다.

" 료타! "
" 거 봐. 왔잖아. "




" 료타!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료타는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이키는 집을 나선 후 계속 달렸던 것인지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연인을 바라보던 료타는 곧 웃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팔까지 휘휘 저으며. 그 목소리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긴 했지만 밝았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 다이키는 몸을 똑바로 하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료타는 그에게 왜 그렇게 뛰어 오냐 물었고, 그 말에 다이키는 마지막 숨을 고르고는 료코가 보낸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게 뭔가 하고 보던 료타는 곧 벌떡 일어나 차에서 내려 이 쪽으로 다가오는 료코와 아키토를 보았다.

" 내 덕분에 다이 군이 뛰어 왔으니 고마워해. "

그 말에 다이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잠시 멍하니 있던 료타는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넷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사오리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이만 가마.




너무 늦지는 마. 료코가 그 말을 하고 창문을 내리자 차가 움직였다. 손을 흔들며 차가 가는 걸 보던 료타는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몸을 돌렸다. 신경 써줬으니 우리 데이트 할래요? 다이키는 대답대신 걷기 시작했고, 료타는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둘이 향한 곳은 몇 시간 전에 왔던 공원이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료타는 슬쩍 웃으며 앞에 가는 다이키의 손을 잡았고, 다이키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손을 따스히 감싸 쥐었다. 료타는 다시 웃었다.

" 이러고 있으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

우리 가족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다이키는 그 말에 료타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료타는 다이키의 앞으로 가 그를 보며 씨익 웃었다.

" 왜, 내가 잠에서 깨면 항상 다이킷치가 옆에 있었잖아요. 그래서…. "

아. 다이키는 인상을 구기고는 머리를 흩뜨렸다. 그 사건이 있은 후 료타가 제일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이 곁에 있을 때였다. 그걸 왜 잊은 걸까. 조금 크게 뜬 눈으로 다이키를 본 료타는 하하하, 하고 웃으며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머리에 올렸던 손을 내린 다이키도 걷기 시작했다. 료타. 어느 정도 걸었을까. 다이키는 가만히 료타의 이름을 불렀고, 나란히 걷던 료타는 고개만 돌려 그를 보았다. 다이키는 료타의 곁으로 좀 더 다가가 고개를 조금 숙였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당황하여 눈을 크게 뜬 료타는 곧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고 슬쩍 웃으며 눈을 감았다.









두 달 만이다, 하하하.






피와 토마토 쥬스, 그리고 와인




쿠로코의 농구 아오미네 다이키x키세 료타




" 세이쥬로, 그 사람은 언제 오나요? "

창 밖을 보고 있던 금빛의 소년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곁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물었다. 소년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창백하였고, 소년의 몸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소년을 보고 있던 붉은 빛 청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아츠시. 붉은 빛 청년의 부름에 그 옆에 있던 보랏빛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나 금빛 소년을 끌어 의자에 앉혔다.

" 아츠시? "
" 료타, 또 안 먹었지? "

붉은 빛 청년의 말에 금빛 소년은 몸을 움찔거렸다. 역시. 그러니까 빨리 안 크는 거야. 이미 성장하고도 남을 나이인데, 넌 아직 그 모습 그대로잖아. 하지만 사츠키가 가지고 오는 피는 맛없단 말이에요. 요즘엔 토마토 쥬스도 못 마시게 하고. 금빛 소년은 입을 삐죽였고, 붉은 빛 소년은 한숨을 쉬었다. 할 수 없지. 아츠시, 토마토 쥬스 하나 가지고 와. 알았어. 보랏빛 청년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빠져나갔다.

" 원래대로라면 토마토 쥬스 말고 와인을 줘야겠지만 와인은 아직 료타에게 무리인 것 같으니. "

그 말에 금빛 소년은 만세를 부르며 붉은 빛 청년을 끌어안았다.




" 그렇게 도둑고양이처럼 안 해도 돼. 자니까. "

금빛 소년이 자는 걸 보고 밖으로 나온 붉은 빛 청년은 자신의 성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나무 뒤에서 밤 풍경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짙은 푸른 빛의 청년이 나왔다. 그렇게 피할 거면 애초에 피를 주지 말던가. 순종이 순종한테 피를 준다는 건 그 순종을 속박하고, 그 순종에게 속박당하겠다는 의미라는 걸 뻔히 알면서. 시끄러. 어쩔 수 없잖아. 그 때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으니. 그나저나 진짜 잔댔지? 그 말에 붉은 빛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짙은 푸른 빛 청년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 료타…. "

금빛 소년의 방에 들어온 짙은 푸른 빛 청년은 소년의 이름을 부르며 그 창백한 뺨을 조심스레 쓸었다. 요즘 몸이 약해져서 그런지 자더라도 다른 때보다 빨리 깨더라. 조금 전 들은 붉은 빛 청년의 말을 떠올린 청년은 칫, 하며 살짝 혀를 찬 뒤 송곳니를 드러내 자신의 손목을 찔렀다. 소년의 입 조금 위에 댄 덕분에 청년의 손목에서 나온 피는 바로 소년의 입으로 들어갔다. 손목을 거둔 청년은 소년의 입가에 묻은 자신의 피를 손가락으로 훔쳤다.

" 료타, 조금만 더 기다려. "









썰 92로 쓰다가 문득 '아, 영원히 함께 2편 늦어지는 것도 그런데 이걸 글로 바꿀까?'라는 생각에서 전환 ㅋㅋ
여기에서 천년 정도 후가 네이버 블로그에 이웃공개로 올렸던 썰 77.






영원히 함께
(하나)




쿠로코의 농구 아오미네 다이키x키세 료타




여느 때와 같이 자기 전에 이메일을 확인하던 료타는 마지막으로 남은 이메일의 제목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私,結婚します。(저, 결혼합니다.) 한자 셋과 히라가나 셋과 문장부호 둘로 이루어진 제목의 메일을 보낸 사람은 twins, 바로 료타의 쌍둥이 누나인 료코였다. 제목부터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료타는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닐까하고 눈을 두세 번 깜박인 후에 제목을 다시 보았다. 하지만 그 메일의 제목은 처음에 본 그 문장 그대로였다. 료코도 좋아하는 사람 찾은 거구나. 료타는 누나의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메일 제목을 클릭하고 메일을 읽기 시작했다. 「료타, 다이 군. 안녕!」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활기찬 인사로 시작한 료코의 메일은 용건만 적은 것인지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짧았다.

" 아…. "

마지막 문장을 읽은 료타는 마우스에 놓았던 손을 잠시 떼 키보드 끝을 손가락으로 탁탁 치며 한숨을 쉬었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며 욕실에서 나오던 다이키는 료타의 그런 모습에 주먹을 쥔 손등으로 료타의 머리를 톡 치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보고 있냐고 하였고, 료타는 대답 대신 보고 있던 메일을 가리켰다. 료코, 결혼한다네요. 그 말에 몸을 조금 내밀어 모니터를 보던 다이키는 곧 료타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다이킷치도 그런 반응이네요.

「그래서 말인데, 둘 다 내 결혼식에 와 줬으면 좋겠어. 이왕이면 직접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료코가 보낸 메일의 마지막은 그렇게 되어 있었다. 결혼식 날짜는 6월 19일, 료코와 료타의 생일 다음날이었다.




다이키가 마주 보고 누운 료타의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니 료타는 간지럽다며 작게 웃었다. 그 미소가 여느 때와는 달리 조금 흔들린다는 걸 알아챈 다이키는 한숨을 쉬며 료타를 끌어안고는 그 등을 토닥였다. 안 가도 다들 이해해 줄 거야. 마음 가는 대로 해. 료타는 작은 소리로 응, 이라고 대답하고 자려는 듯 눈을 감았다. 그 뺨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 좋은 아침, 다이킷치. "

다음 날 아침, 다이키가 눈을 떠 제일 먼저 본 건 료타의 환한 미소였다. 어제 다이키에게 보여 줬던 미소와는 달리 아무 흔들림 없는, 마냥 환한 그 특유의 미소였다. 고민거리를 훌훌 털어버린 듯한 그 표정에 다이키는 가만히 료타를 바라보았다. 다이킷치. 료타는 차분한 목소리로 다이키를 다시 한 번 불렀다.

" 우리, 일본 가요. "

괜찮겠냐고 물으려던 다이키는 료타의 눈이 조금 벌겋다는 걸 깨달았다. 또 잠 못 잔 거냐? 조금 일찍 깼어요. 그렇게 말한 료타는 뚫어져라 바라보는 다이키의 시선에 살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이킷치 눈은 못 속이겠네요. 가슴 한 구석에 느껴지는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없애려는 듯 한숨을 쉰 다이키는 료타를 똑바로 눕히곤 이불을 그의 가슴께까지 끌어올렸다.

" 료코한테는 내가 메일 보낼 테니까 더 자. "

료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는 걸 본 다이키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




블루와 옐로우, 파랑과 노랑. 자신들의 색으로 이름 지은 두 마리의 대형견과 함께 달리며 다이키는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료타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아니, 그 상처는 애초에 아물 수가 없는 상처였다. 그러니 덧나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다이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속도를 높혔다.




" 그렇습니까? 그러면 그대로 진행하면 되겠군요. "

청년이 통화를 마치자 맞은 편에서 차를 마시던 다른 청년이 찻잔을 잠시 내려놓고 슬쩍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다른 곳에 전화를 거는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테츠야, OK라고? 테츠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 말에 청년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테츠야. 기뻐하는 건 료타 혼자만으로 충분해. 애초에 우리가 이걸 계획했던 이유가 그렇듯 다이키도 료타가 기뻐한다면 그걸로 충분할 테니까.




일본에 가기로 결정한 날부터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 보니 눈 깜짝할 새에 출발하는 날이 되었다. 하지만 가방을 챙기는 다이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료타는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나 먼저 나간다. 나중에 봐요. 나갈 준비를 마친 다이키는 료타에게로 다가와 살짝 입을 맞추고는 밖으로 나가 블루와 옐로우를 차에 태운 후 시동을 걸었다. 웃으면서 다이키를 배웅한 료타는 쇼파 앞 테이블에 올려놓은 가방을 집어들었다.

" 나도 슬슬…. "

따로 출발하자. 그리고 도착해서 공항 나갈 때까지도 따로 행동하자. 그건 료타의 의견이었다. 료타가 자기 자신을 지키려고 그런다는 것을 알아차린 건지 다이키는 이유도 묻지 않고 알겠다고 하였다. 그 때를 생각하니 그냥 눈물이 나왔다.

" 아,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 "

살짝 고인 눈물을 훔친 료타는 가방 끈을 다시 고쳐잡고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간인데도 공항은 북적였다.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출발 전에 다이키와 만나기로 한 카페로 가던 료타는 그 인파들 속에서 일본어가 들릴 때마다 놀라 걸음을 멈추곤 하였다. 료타도 그런 자신이 한심한 듯 한숨을 깊게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러면 안 되잖아, 키세 료타. 료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카페 앞에 도착하니 다이키는 이미 안에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집을 나설 때와는 달리 굳어 있는 그의 얼굴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료타는 곧 그 이유를 알겠다는 듯 씁쓸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 다이키와는 다른 테이블에 자리하였다. 괜찮아? 아니나다를까 조금 전의 료타를 본 것인지 다이키는 둘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료타에게 슬쩍 물었다. 서로 등지고 앉았지만 료타는 다이키가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훤히 보이는 것 같아 작게 웃었다. 괜찮아요. 료타는 그렇게 대답하였다.




통로 쪽에 앉은 다이키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둘은 자연스레 비행기 안에서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였다. 료타는 비행기 안에서 줄곧 창 밖의 풍경만 보고 있었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일본을 떠날 때와 똑같은 그 모습에 짧게 혀를 찬 다이키는 비행기 안이 어두워지자 주위를 살피고는 가만히 료타의 손을 잡았다. 료타는 놀란 듯 하였지만 시선을 쉬이 돌리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자. 그제서야 다이키를 바라본 료타는 곧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 이제 일본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게이트를 바라보는 노오란 빛의 머리칼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야요이 양, 기분은 알겠지만 진정하세요. 료타 군이 나오자마자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7년 만에 보는 거잖아, 테츠야 오빠. 야요이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삼남매가 서로서로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는 테츠야는 야요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료타 군도 야요이 양과 같은 마음일 겁니다. 바로 그 때, 게이트가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을 주시하던 야요이는 기다리던 사람의 모습을 찾은 것인지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손을 흔들었다.

" 오빠! "

고개를 푹 숙이고 나오던 료타는 동생의 목소리에 웃으며 야요이와 테츠야에게로 다가왔다. 그 밝은 금빛 미소를 본 야요이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맺혔다. 다행이다. 오빠의 금빛이 다시 환해져서. 동생의 눈물에 료타는 순간 당황하였지만 곧 그 눈물의 의미를 알아차리고는 웃으며 그 노오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동안 걱정 끼쳐서 미안.

" 다이키 군이 안 보이네요? "

남매가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동안 료타의 주위를 살피던 테츠야가 입을 열자 그제야 야요이도 오빠의 곁에 있어야 할 블루블랙의 청년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공항 나갈 때까지는 따로 행동하기로 했어요. 아직 두려움이 남아있는 듯한 그 말에 야요이는 물론 좀처럼 그러지 않는 테츠야도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공항 근처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이키가 차에 타 제일 먼저 본 것은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은 자세로 자는 료타였다. 그의 왼쪽에 앉아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다이키는 곧 그 어깨를 감싸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료타는 전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그저 고른 숨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많이 피곤했던 것 같네요. 백미러를 슬쩍 본 테츠야의 그 말에 다이키는 료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기도 하겠지만, 비행기 안에서 거의 못 잤으니. 일본에서 그 쪽으로 갈 때도 비행기 안에서 거의 못 자서 도착해서 차에 타자마자 잤으니. 자신의 말에 테츠야와 야요이가 어떤 얼굴을 하는지 상관 없다는 듯 다이키는 말을 이어갔다. 며칠 일찍 오기를 잘한 것 같네. 나는 괜찮지만 료타는 여독이 좀 풀려야 하니까.




차가 키세가(家) 앞에 완전히 멈춰서자 다이키는 료타의 몸을 살짝 흔들며 작은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평소라면 그 정도에 깼었겠지만 역시 긴 시간 잠을 못 자서인지 료타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할 수 없다는 듯 다이키는 료타를 조심스레 안아 올렸고, 테츠야는 반대쪽으로 가 두 사람의 짐을 들려 하였다. 난 이 녀석만 눕혀놓고 우리 집에 갈 거니까 내 짐은 안 옮겨도 돼. 고개를 끄덕인 테츠야는 다이키를 앞질러 현관문을 열었고 야요이가 그 뒤를 따랐다. 7년 만에 보는 아들을 맞이하러 현관에 나와 있던 료타의 부모님은 다이키가 료타를 안고 들어오자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웃으며 다이키를 반겼다. 그에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답례를 대신하고 료타의 방이 있는 2층으로 향하던 다이키는 거실에서 료코와 함께 있는 모르는 얼굴을 발견했다. 안경을 낀,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 바로 그가 예비 신랑이라는 걸 알아차린 다이키는 그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료코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료타의 방은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비어 있었던 방이라고는 생각도 못 할 만큼 깔끔했다. 떠날 때 그대로네. 다이키가 료타를 침대에 눕히며 한 그 말에 료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쓸고 닦기만 하고 다른 건 거의 안 건드렸어. 옅은 노란색 이불을 료타가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덮어준 다이키는 책상 위에 있던 노트를 펴 옆에 있던 연필로 뭔가 적은 후 방을 나섰다.









지금 진행속도로는 언제 다 쓸 지 미지수라 나눠서 올림.
근데 아직 2편 분량은 쓰지도 않았다는 게 함정. 천천히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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