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hiryuahh.tistory.com/612 약간 변형

※ 츠키파라 1주년 이벤트 츠키우타편 스토리를 보고 생각한 것

 

 

 

 

영원의 맹세

 

 

 

 

츠키우타 무츠키 하지메x야요이 하루

 

 

 

 

“어?”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저 멀리에 검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금방 사라지는 것을 본 하루는 그 자리에 서서 뭔가 잘못 본 건 아닐까 하고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왜 그래, 하루?”

“아, 응. 아무 것도 아니야.”

 

앞서가던 같은 반 친구, 하지메가 뒤로 돌아보며 그렇게 묻자 하루는 고개를 젓고는 그를 앞질러 걸었다.

학교 건물 쪽으로 가는 하루를 가만히 보던 하지메가 살짝 손가락을 튕기니 작은 박쥐가 나타났다.

 

“부르셨나요?”

“하루가 방금 봤던 그거, 봤지?”

“네. 뭔지 알아볼게요.”

 

하지메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그 박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메!”

“지금 가.”

 

 

 

 

“그래, 알아봤어?”

 

오후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학교 건물 뒤쪽으로 두 남학생과 같이 온 하지메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어린 남자 아이에게 그렇게 물었고, 그 남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건 하지메 씨, 아라타 씨, 아오이 씨가 왔다 갔다 하실 때 이용하시는 문의 틈을 이용해서 이쪽으로 건너온 무리예요.”

“문 틈? 꽉 닫는데?”

“그게, 그 꽉 닫힌 그 틈보다 더 작게 변신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점점 아주 조금씩 커져서 어느 정도 틈을 벌린 것 같아요. 이렇게요.”

 

그 아이는 손가락으로 허공에 조금씩 커지는 원을 그렸다.

 

“카케루 말대로라면 우리한테 들키지 않고 어느 정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었다는 건가.”

“그런 것 같아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이건 코이가 슌 씨께 들은 건데요.”

“슌?”

 

형제 나라의 왕이자 오랜 친구의 이름에 하지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그 무리는 하루 씨를 습격하려고 이번 혁월까지 벼르고 있대요.”

“하루 씨를 습격하려고 혁월까지? 이번 혁월은 내일 모레잖아.”

“아무래도 혁월이 되면 동료를 더 부를 수 있어서인가.”

 

평소 뜨는 달보다 더 오랜 시간 하늘에 떠 있는, 묘한 기운이 도는 붉은 달인 혁월(赫月).

그 달이 떠 있는 시간에는 마계와 인간계를 갈라놓고 있는 결계가 약해져 약한 마물이라도 쉽게 인간계로 올 수 있다.

 

“혁월이라….”

“하지메 씨, 어떻게 할까요?”

“구원이 필요하면 제가 불러 올게요!”

 

아라타와 카케루의 말에 잠시 가만히 있던 하지메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내일부터 하루 주위를 지키고 있으면 돼.”

“하지메 씨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아아. 대신 아라타와 아오이, 카케루는 학교 주변을 부탁할게.”

“네!”

 

 

 

 

“오늘 하지메는 결석이라.”

 

쉬는 시간, 책상 위에 엎드려 바로 옆 빈자리를 본 하루는 근처에 있는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아. 하루 안 본다고 이렇게 보고 싶어할 바에는 그냥 고백한 후 차여서 다른 학교로 갈 걸 그랬나.”

 

그 말을 하는 하루의 목소리는 조금 젖어 있었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가는 하루의 어깨는 다른 때보다 조금 쳐져 있었다.

 

“하아.”

 

짧게 내뱉은 그 한숨에는 오늘 하루 못 본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하아아.”

 

조금 전 내뱉은 것보다 조금 더 긴 한숨을 내뱉으면서 무심코 하늘을 본 하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의 바로 위에 검은 실루엣 대여섯 개가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찾았다.”

“에?”

 

작은 소리였지만 그 말을 똑똑히 들은 하루는 그들이 노리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뛰기 시작했다.

하루의 추측대로 그 실루엣들은 하루가 뛰기 시작하자 그것과 비슷한 속도로 그를 쫓았다.

 

“하루!”

 

익숙한 목소리에 하루가 잠시 서자 그 앞을 막아선 누군가가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세게 휘둘렀다.

 

“뱀파이어의 검은, 왕?”

“저 인간한테서 우리와 같은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뱀파이어의 검은 왕이었던 건가.”

“하, 역시 자신들보다 약한 자들을 공격하는 잔챙이들이군.”

 

그렇게 말하며 그 누군가는 칼을 한 번 더 휘둘렀고, 그 공격을 맞은 실루엣들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하지메?”

 

4년 동안 매일같이 들어온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 리 없는 하루가 그의 이름을 불렀고, 그제야 그는 하루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하, 지메? 그 모습은….”

 

하지메의 모습은 하루가 바로 전 날까지 봤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보라색을 포인트로 한 검은 정장과 그에 어울리는 검은 망토.

평소 예쁘다고 생각했던 자주색 눈동자는 더 깊은 빛을 내고 있었고, 이제까지 보지 못한 긴 송곳니가 나와 있었다.

 

"이제까지 말 안 하고 있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하지메는 뒤로 몇 발짝 떨어져 섰다.

 

“이제 알아차렸을 거라 생각하지만 난 너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 뱀파이어 종족 중 검은 종족의 왕, 검은 왕 무츠키 하지메야.”

“뱀, 파이어? 검은, 왕?”

 

자신을 보면서 떨리는 하루의 눈을 본 하지메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어제까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던 내가 실은 인간이 아니라고 하는 거니까 말이지. …머지않아 이곳을 떠날 테니 혹시 나한테 피 빨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돼.”

 

하지메를 본 하루의 눈은 조금 커졌다.

 

“떠나?”

“응, 마계로 돌아가려고. 날 구해줬던 답례로 네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널 지키기 위해 있었던 건데, 이걸로 내가 네 곁에 있으면 네가 더 위험해질 거라는 걸 알았으니.”

“답례라니?”

 

눈을 두어 번 깜박이는 하루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하지메는 손을 들어 하루의 뺨을 살짝 만졌다.

 

“역시 기억 못 하는 건가 보네.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조금 지났을 때,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쓰러져 있던 날 발견하고 도와 줬었어.”

 

하지메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루는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 것인지 작게 아, 했다.

 

“그럼 그 때의 그 형이 하지메?”

“기억하나 보네. 아무튼 그 때의 답례로 나중에 5년 정도 널 지켜주려고 온 거야. 뭐, 처음 봤을 때의 그 분위기가 그대로 있어서 눈이 계속 갔던 건 계산 착오지만.”

“나한테 눈이 가?”

“좋아했어, 하루.”

 

자신의 뺨을 살짝 어루만지는 하지메의 그 말에 하루는 무심코 하지메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하루?”

“나, 나도 좋아해, 하지메! 그러니 마계에 나도 데리고 가 주면 안 될까?”

 

이번에는 하루의 말에 하지메가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오늘 하지메가 안 보여서 다시 한 번 깨달았어. 나는 하지메와 계속 함께 있고 싶다고. 그러니까 나도 마계에 데리고 가 줘.”

“진심이야? 뭐하면 내가 여기에 계속 있을 수도 있는데.”

“왕이랬잖아. 그러면 종종 가야 할 것 아냐. 그런 건 싫어. 하지메 측근으로 만들어서 언제나 곁에 있게 해 줘.”

 

의지가 가득한 하루의 눈을 본 하지메는 하루의 팔을 끌어당겨 그의 입에 맹세하는 것 같이 깊은맞춤을 하였다.

 

+ Recent posts